잠시 뇌 스위치를 끄고
마음 스위치는 켜는 시간.
뇌가 쉼 없이 공회전하고 있는
복잡한 일상 가운데,
피곤했던 몸과 마음을 잠시 쉬어간다.
엄마가 나에게 늘 그런 존재였듯이,
나도 엄마에게
휴식같은 존재이기를 소망하면서...
-<엄마와 단둘이 나주여행> 273 p.
오랫동안 곱씹어보고 싶은 책을 만났습니다. 바로 정서연 작가님의 <엄마와 단둘이 나주여행>이라는 여행에세이입니다. 저는 여행 에세이 장르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저는 차멀미가 심한 편이라 여행을 자주 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모르는 장소에 대한 호기심은 늘 갖고 있어서, 여행을 다녀온 분들이 쓴 책들을 즐겨 읽게 되었습니다.
정서연 작가님의 <엄마와 단둘이 나주 여행>은 참 잘 쓰고, 잘 만든 책입니다. 단순히 여행에 대한 감상만 쓴 게 아니라, 여행 장소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 정보 등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의 고향은 나주입니다. 그래서인지 단순한 여행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쓰신 게 아니라, 고향인 나주에 애정을 가지고 공을 들여 소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행지에서 마주친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도 들어 있어서 책 속의 이야기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이 책의 104쪽을 보면 "나주를 찾는 사람들은 나주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장소로 빛가람 호수공원 전망대를 찾지만, 나는 단연코 남산을 추천한다. 물론 혁신도시 전망대에 비교하면 구도심의 남산은 지극히 평범하고 너무도 소박하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나주 토박이라면 알지 못하는 장소가 책 곳곳에 등장합니다. 나주 여행을 앞두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어있는 명소들을 많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이렇게 잘 만들 수 있구나'하고 감동을 했습니다. 저는 주로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합니다. 멀쩡해보여서 구입을 했는데, 막상 받아보면 손바닥만한 크기에, 별 내용도 없는 책들이 많아서 실망을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엄마와 단둘이 나주 여행>은 그런 부류의 책이 아닙니다. '나주'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도시라는 걸, 무려 295쪽에 달하는 이 책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 컬러로 인쇄되어 있어 글과 꼼꼼하게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글이 아닌, 영상을 보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입니다. 2면에 걸쳐 인쇄된 사진인 '느러지 전망대 위에서 본 전경'을 펼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와!'하고 탄성을 내지르기도 했습니다. 느러지 전망대가 어떤 곳인지 읽고 나서 사진을 보니 가슴이 벅차고 설렜습니다. 저는 나주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음에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주를 뚜벅뚜벅 두 발로 걸어서 한 바퀴 즐겁게 구경을 한 것 같았습니다. 또한 나주에 대해 어느 정도 말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표해록>을 집필한 최부의 고향이 나주였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신숙주 생가가 나주에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어요. 조선 시대 인물에 대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이 나주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던 게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이 이런 나주 출신 인물들을 놓치지 않고 책 속에 잘 담아 주셔서 좋았습니다. 제가 독서를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렇게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여행지에서 얻은 진실된 감정을 읽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마치 함께 나주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혼자만의 여행도 낭만있고 즐거운 여정이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인 '엄마'와의 여행을 담은 여행 에세이라 그런지 저도 모르게 책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엄마와 딸의 여행이 보여주는 특별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좋아서, 새벽에도 이 책을 펼쳐놓고 읽다가 잠들기도 했습니다.
장점이 많은 책입니다. 여행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무조건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여행을 잘 다니지 않는 저에게 여행 욕구를 만들어 줄 정도로 엄청난 책입니다. 제가 나주에 갈 일이 생긴다면 나주 향교, 금성산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서평 문의 : myday2013@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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