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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스 앤젤레스
“한국 문학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라는 평가를 받은 장편소설 『17세』로 등단한 이근미 작가가 성장 소설로는 10년 만에 『나의 로스 앤젤레스』를 발표했다. 이 소설은 바닷가 마을에 위치한 그룹홈(아동공동생활가정) ‘천사의 집’을 배경으로, 막 입소한 해미가 겪는 아픔과 막막함을 어루만진다. 가정불화로 헤어진 부모를 뒤로하고 천사의 집에서 만난 이들과 부딪치며 자립과 성장의 의미를 배워 가는 과정을 그렸다.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지는 가정, 당연한 듯이 받아들였던 가족 제도의 균열이 일어난 지 오래다. 그 과정에 아이들은 특히 고통받는다. 근래 들어 청소년문학에서 ‘보통의 가족’을 넘어 다양한 처지에 놓인 청소년을 주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밀도 높은 취재를 통해 완성된 『나의 로스 앤젤레스』 역시 그 틈을 주목했다. 또한 등장하는 한명 한명의 입체적인 서사를 통해 이들을 온전한 개인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쌍한 존재가 아닌,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한 걸음 내디디는 삶의 주인공으로 그리며 청소년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성실히 비추고 있다.
저자
이근미
출판
미래인
출판일
2024.10.25

 

읽다가 몇 번이나 멈추었던 소설, 이근미 작가의 <나의 로스 앤젤레스>를 드디어 오늘 완독했다. 이 소설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6번째 작품으로 출간된 소설로, 출간된 지 얼마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소설을 배송 받고 나서 표지를 보았을 때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바닷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한 두 사람, 부서지는 물결. 아름다웠다. 그래서 소설도 평화로운 내용이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내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 소설은 자꾸만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

 

보통 내가 책을 읽다가 멈추는 건 너무 지루하거나 혹은 먹먹해서이다. 이번 소설의 경우, 후자의 이유로 인해 자주 독서를 멈추어야만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찡하고, 슬펐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인 '해미'의 성장기를 다룬다. 해미는 공부도 잘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 아이다. 해미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건 정말 다행이긴 한데, '가정'이 온전하지 못하다. 그래서 해미는 금방 어른이 되어 버린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황금기는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친구도, 취미 생활도 가장 많았던 시기였다. 덕분에 성적은 가장 많이 떨어졌지만. 그 시절 나는 온전히 15살의 삶을 살았고, 미래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중학교 2학년은 나와 같은 모습일거라 지레짐작하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해미는 나와 정반대의 15살을 통과한 아이다.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들 중 가장 큰 불행 중의 하나가 '가정 문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해미도 화목한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시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해미의 아버지가 돈에 쫓기게 되면서 주식 등에 손을 대고 급기야 알콜 중독자가 되어 버린다. 해미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 정신을 잃게 되고, 해미는 부모님의 불화와 다툼 때문에 여기저기 떠도는 신세가 되고 만다.

 

세상에서 나를 아무런 조건 없이 온전히 사랑해주는 사람은 오직 '부모님' 밖에 없다. 해미도 마찬가지다. 해미는 곧 외할머니 댁에 보내지게 된다. 그럭저럭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던 중, 외할머니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요양원으로 들어가시는 바람에 해미는 얼결에 '그룹홈'인 천사의 집에 들어가서 살게 된다. 해미에게 닥친 불행은 아마 어른이어도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해미가 천사의 집에 들어갔을 때 이미 그곳에 살고 있던 또래 아이들에게 마음을 닫고 말을 하지 않은 게 이해되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이해심이 많지 않다. 아이들은 자기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 인사도 하고 친하게 지내자는 의사 표시를 했음에도 해미가 반응이 없자 해미를 미워하게 된다. 해미 역시 아이들과 갈등을 풀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 오히려 그룹홈을 운영하는 어른들께 아빠,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이해되지 않았을 뿐이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쓸쓸한 해미의 삶은 한층 더 불행해진다. 전학을 간 학교에서도 마음을 닫고 말이 없자 '일진들'이 괴롭혔던 것이다. 다행히 그룹홈에서 같이 지내는 동갑내기 정민이의 도움으로 해미는 일진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룹홈 사람들에게도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해미는 정민이처럼 반항적이지도, 엇나가려 하지도, 화를 내지도, 펑펑 울지도 않는다. 그저 언제 돌아올지 모를, 어디 계신지도 모를 부모님을 늘 마음 속으로 기다리며 묵묵히 하루를 지낸다. 

 

보통의 소설이라면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이 행복해져야 할텐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 후반부에서는 친할머니까지 해미를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미는 의대 진학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공부에 의욕을 불태운다. 삶의 끈을 쉽게 놓아버리지 않는다. 나는 이 점이 좋았다. 그토록 힘든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이 잘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도움을 청할 줄도 안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다. 천사의 집도, 원장님도, 해미도, 정민이도. 내가 알지 못했던 사회의 구성원들을 소설로 만나게 되어 좋았다. 비록 해미가 부모님을 온전히 되찾는 것으로 끝나진 않았지만, 괜찮다. 그룹홈 사람들을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멋지게 성장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삶의 희망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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